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이어 이번에는 반도체 제조의 핵심 공간인 팹(Fab)의 내부 구조에 대해 심도 있게 배울 수 있었다. 사실 일반적인 매체에서는 클린룸 방진복을 입은 엔지니어들의 모습만 단편적으로 보여주곤 하는데, 이번 강의를 통해 그 화려한 메인 팹 층을 지탱하기 위해 얼마나 거대하고 치밀한 하부 구조가 존재하는지 알게 되어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 단순히 공장이 크다는 사실을 넘어, 팹이 3개의 층으로 나뉘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는 점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새로운 정보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메인 설비가 위치한 3층(Main Fab)을 지원하는 1, 2층 서브 팹(Sub Fab)의 기능이었다. 2층인 CSF(Clean Sub Fab)는 전력을 공급하는 파워 랙이나 열을 식히는 칠러, 각종 가스 배관 등 설비 가동에 필수적인 부대 시설들이 밀집해 있어 메인 공정을 실시간으로 서포트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또한 가장 하층부인 1층 FSF(Facility Sub Fab)에서 진공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펌프 시스템과 유해 물질을 정화하는 스크러버가 쉼 없이 가동된다는 사실을 통해, 하나의 반도체 칩이 탄생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복잡한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가스 공급부터 화학물질 관리, 진공 및 배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서브 팹의 주요 역할들을 구체적으로 학습하면서 반도체 제조 공정을 바라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졌다. 겉으로 드러나는 공정 기술뿐만 아니라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유틸리티 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 이번 수강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반도체 팹의 입체적인 구조를 이해하고 나니,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단순히 설계 능력뿐만 아니라 이러한 거대 인프라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운영 능력에서도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